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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Photo/essay

故 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7일간의 국민장
마지막 영결식이 있던 날.

영결식장인 경복궁에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다고 진작에 들었고
아침 일찍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기다릴까 하는 생각과

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한다는 노제에 갈지
그것도 아니면 일찌감치 서울역 분향소로 갈까도 했지만

결국 11시부터 방송3사 채널을 열심히 돌려가며 TV중계를 보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했다.

화면에 잡힌 인파는 서울광장에서 남대문을 지나 서울역까지 빼곡히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때를 훨씬 넘어서는 듯했다.


영구차가 서울을 빠져나갔을 무렵인 오후 늦게서야 집을 나서
광화문역을 찾았다.

시민보다 경찰이 더 많은 광화문역을 빠져나와 경복궁 앞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청계광장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노란 폴리스라인과 거기에 걸린 노란 풍선들
그리고 (나처럼)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

취재를 나간 기자도 아니고
기록을 남겨야하는 역사적 사명을 띤 것도 아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또 어느샌가 잊혀질 기억
사진으로나마 몇장 남겨보고자 했다.
다들 나와 같았을까?
하지만
다른 사람 얼굴 앞에 당당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커다란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있어서?
나도 그렇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뒷모습 혹은 옆모습을, 가급적 광각으로 전경을 담거나 망원을 쓸 때에는 초점을 흐리거나
적어도 노력은 했다.
좀 거창하게 말해서 사진人으로서, - 그냥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회의가 든다.
하나둘씩 모아온 카메라와 렌즈 모두 정리할까 하는 생각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수도 없이 한다.
아이덴티티(identity;자기 동일성, 정체성)를 갖기 위한 일이 오히려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패러독스(paradox;역설[逆說])라니.


분명 사진은 주관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주관을 담지 않으려-실은 별 생각없이- 찍은 스냅이다.

캡션 또한
사족이 될 듯하여 생략한다.




2009년 5월 29일.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s. 장례 방식이 국민장으로 정해졌다는 뉴스를 보고 일주일간 거리에 조기가 게양될까 싶었지만(http://pinull.tistory.com/1028)
영결식 당일날마저 조기는커녕 태극기는 아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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