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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Photo/essay

산소같은여행

몇달만에(?) 책상을 정리하다가 스크랩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게, 신문 한면을 북 찢어둔 게 나왔다.
두 달은 더 지난 3월 3일자.
대체 이걸 왜 가지고 있는지 한참을 꼼꼼히 읽어보다가 아마도 이것 때문에 남겨뒀지 싶다.

언젠가 "수면의 역할 중 하나는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때로는 작은 지식이 평생의 삶을 좌지우지하는데 이 산소 건도 그랬다.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자고 나면 뇌에 산소가 빵빵해진 느낌을 받고는 했던 것이다.

낮에 멍하고 졸릴 때면 "아, 지금 나의 뇌에는 산소가 부족하구나!"하고 느낀다. 그래서 의자에 기대어 혹은 소파에 누워 10분 정도의 풋잠을 잔다. (그러다가 한 시간을 자버린 적도 적진 않다.) 잠에서 깨고 나면 보통 정신이 말짱해지는데 나의 적극적 수면행위에 의해 뇌에 산소가 들어찬 것 같아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일상에도 이런 짧은 낮잠 같은 휴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산소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공기 중의 산소는 뇌한테 스스로 알아서 간다. 일상의 휴식에서는 그 산소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는 여유가 생기면 보통 여행을 선택하는 편이다. 여행에도 산소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각자 선호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가령 맛있는 밥, 훌륭한 문화재, 사랑스러운 동행인, 산 정상에서 보는 일출 등등.

내겐 어떤 것이 산소일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영감을 주는 공간과의 우연한 만남' 같은 건축적인 요소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떠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채 낯선 장소에 가서 가만히 앉아 책이나 읽다 오는 게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산소가 되어준다.

경주까지 가서 석굴암도 안 보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아아, 나는 지난 한해 동안 너무 열심히 일을 했다. 경주까지 왔으니 아무 의무감 없이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을 뿐이다.

- 오영욱(건축가·여행작가)


연휴의 마지막날 밤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렸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사실은 수업 없는 금요일)부터 토요일이자 석가탄신일, 일요일, 사이에 낀 월요일은 하나뿐인 수업이 휴강돼서 놀고, 5월 5일 어린이날 까지
5일을 온전히 놀면서
무엇을 했나 싶던 차였다.
굳이 찾아본다면
하루의 절반은 잠을 잤고, 깨어있는 시간엔 TV를 보거나 무의미한 인터넷을 했다.


날씨가 그렇게도 좋은 연휴였는데,
예전 같으면 아무 약속이 없더라도 사진 장비 챙겨들고 혼자 잘도 돌아다녔을 터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지난 1년의 미련과
지난 한달 선생님이라고 불렸던 시간과
지난 일주일간 나를 괴롭힌 감기와
이별할 준비가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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